서대문형무소역사관 내 전시실에 있는 유일한 광주학생독립운동 유물. 조선총독부가 일본어로 작성한 '광주학생독립운동 조사보고서'이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이 항일의 상징인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
3·1운동과 6·10만세운동과 달리 광주학생독립운동은 단 한 점 문서만 전시된 채 아무런 사진, 역사설명 안내문조차 걸려있지 않았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의 학생, 시민들이 찾고 있는 역사적 장소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이 홀대 받고 있어 국가보훈부 등 정부 기관의 보완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서대문형무소역사관. 평일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역사현장을 찾은 중·고등학생들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부터 해방 후 민주화 운동가들까지, 이곳은 우리 민족의 아픔과 항일 정신이 고스란히 서린 상징적인 공간이다.
특히 역사관 출입구 바로 앞 전시관은 대한제국 말기 의병부터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항일 독립운동과 관련 유물, 그리고 당시 일어났던 항일운동을 전시하는 핵심 공간이다.
하지만 1층과 2층으로 이뤄진 전시관에서 '광주 학생독립운동'의 흔적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심지어 시민들에게 전시를 설명하는 도슨트(전시해설사)마저도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었다.
전시관 내에는 '민족의 저항'으로 이름 붙여진 총 3개 공간이 있지만, 그 어디에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찾을 수 없었다. 1910년대 3·1운동, 1920년대 6·10만세운동, 1930년대 경성트로이카 등이 큰 글씨로 안내판에 적혀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20년대 항일운동을 소개하는 안내판 옆 유리관에 단 한 점의 유물로만 짧게 다뤄지고 있었다. 더구나 이 유일한 유물마저도 일제강점기 일본어로 작성된 '광주학생독립운동 조사보고서'였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시실. 1920년대 항일 독립운동으로 6·10만세운동 등의 안내판은 전시되어 있으나,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시민들은 작은 유리관 속 유물이 광주학생독립운동 관련 자료인지도 모른 채 지나치기 일쑤였다.
체험학습 온 광주 조대여중 이모(15) 학생은 "전시실을 꼼꼼히 둘러봤는데,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한 자료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며 "3·1운동이나 6·10만세운동처럼 큰 글씨로 역사를 설명하는 제대로 된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6·10만세운동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3대 민족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시작돼 이듬해까지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수많은 학생이 체포되고 투옥된 대규모 항일 투쟁이다.
박정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역사관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과 6·10만세와 더불어 3대 독립운동 중 하나로 꼽힌다"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항일운동을 이런 식으로 전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시된 유물에 대해선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기록한 광주학생독립운동 자료는 역사적으로 왜곡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며 "게다가 일본어와 한자로 돼 있어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하는 학생들이 읽을 수조차 없어 역사 공부를 할 수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측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은 패널에 언급은 없지만, 유물이 전시 돼 전시관 2층에서 볼 수 있다" 며 "유물 수가 많지가 않아서 국가기록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복제해 전시 중이다"고 말했다.
서울/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