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한중 정상회담 등 숨가빴던 ‘외교 슈퍼위크’가 마무리됐다. 야당은 성과 없이 소리만 요란했던 빈 수레 외교로 끝나고 말았다고 했지만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류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우리 경제에 큰 악재였던 관세협상을 극적으로 타결시켜 돌파구를 마련했다. 또 안보의 숙원이었던 원자력추진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한중 정상회담은 그동안 냉랭했던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복원시킬 계기로 만들었다. APEC 정상회의 또한 협력과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과 뚝심을 앞세워 외교 슈퍼위크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이제는 이런 정상회담의 결과를 국익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게끔 꼼꼼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한미 관세협상의 구체적인 합의문 작성이다. 미국은 협상 직후 “반도체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며, 한국 측이 (쌀과 쇠고기 등) 시장을 100% 완전 개방에 동의했다”고 우리 대표단과는 다른 소리를 했다. 합의문엔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 합의대로 미국에 10년에 걸쳐 매년 200억달러씩 총 2000억달러의 현금을 투자하고, 조선업체가 1500억달러를 투자하게 되면 국내 투자 공동화와 생산시설의 미국 이전에 따른 일자리의 급감이 우려된다. 산업 공동화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중 정상회담은 70조원(40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5년 연장하고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재개하며, 보이스피싱 및 온라인 사기 범죄에 공동 대응하는 등 총 7건의 계약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2개의 불법 구조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불명확하며, 중국이 사드 배치 이후 취하고 있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의 해제도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한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4가지 제언’에서 “차이점 속에서 공통점을 찾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각자의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배려하며, 우호적 협의를 통해 모순과 의견 차이를 적절히 잘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가운데 ‘모순과 이견 적절 처리’는 한중 관계가 여전히 순탄치 않음을 반영하는 문구다. ‘모순’은 중국이 상대국과 갈등이나 대립 요소가 있다고 볼 때 쓰는 표현이고, ‘의견 차이’ 역시 전략경쟁 상대인 미국이나 무역분쟁 등이 있는 국가와의 관계에서 주로 나온다. ‘모순’의 경우 한국과의 관계에서 사용된 예를 찾기 쉽지 않다. 한중 정상회담은 또한 공동 성명이 없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무난한 국제 무대 데뷔로 평가할 수 있는 이번 외교 슈퍼위크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