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주 남구 사동에 위치한 광주시립점자도서관에서 홍천하사서가 출력된 점자 인쇄물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박건우 기자


"손끝으로 읽는 배움의 즐거움, 이곳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3일 오전 광주 남구 사동에 위치한 광주시립점자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 점자 안내판과 손잡이 높이에 맞춘 점자 표식이 눈에 띄었다. 앞이 보이지 않지만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꺾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점자 도서와 녹음자료를 문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배움을 향한 의지는 또렷했다. 한 이용자는 "새로 읽고 싶은 책이 생겨 점자 인쇄와 오디오북 제작을 신청했다"며 "이전에는 원하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가능하다는 점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의 배움과 문화 향유를 돕는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이 정보격차 해소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전국 최초로 개관한 이 도서관은 점자책 제작부터 음성자료 변환, 디지털 교육까지 지원하는 종합 정보공간이다. 시각장애인의 학습권과 문화 접근권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는 어린이열람실, 녹음실, 점자인쇄실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점자 출력기와 고성능 녹음 장비 등을 통해 점자 도서 제작과 음성자료 변환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다.
보유 자료도 풍부하다. 점자도서 2천662권, 음성도서 863권, 전자도서(TTS 포함) 2천911권 등 다양한 대체자료가 준비돼 있다.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도서와 DVD도 비치해 문화적 소통 공간으로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한 시각장애인은 "읽고 싶은 책을 요청했는데 실제 점자로 출력되는 과정을 들으니 감격스러웠다"며 "손끝으로 글자를 읽는 시간이 다시 찾아온 것 같아 설렜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이곳 직원들이 모두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점역·교정사는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점자 콘텐츠를 제작·감수하는 전문 인력으로, 도서관·복지관·학교 등에서 활동한다.
이날 만난 홍천하 사서는 "이곳은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하며 서로 이해하고 배우는 '열린 도서관'"이라며 "자연스러운 교류를 통해 장애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찾는 분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개관 이후 도서관 이용객은 꾸준히 늘어 약 2년 1개월 만에 누적 방문자 수가 3만7천여 명을 넘어섰다. 독서 프로그램과 디지털 기기 교육, 점자 체험, 문화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사회 참여 기반도 넓히고 있다.
마광석 관장은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포함해 자료 접근이 어려운 모든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기관"이라며 "앞으로도 점자 교육, 독서교실, 디지털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향상과 지역사회 통합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을 찾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광주시립점자도서관 제공